항목 ID | GC60005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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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人文學- |
분야 | 문화·교육/교육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광주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태준 |
[정의]
광주광역시 일대에서 진행된 인문학 프로그램 현황과 지역 인문학 단체들의 자생적 움직임.
[개설]
광주광역시 곳곳에서 시민과 인문학의 일상적 만남이 늘고 있다. 도심 이곳저곳 자리한 생활 문화시설이나 주민 편의 공간, 평생학습센터, 도서관과 미술관 등에서는 연일 열리는 인문학 강좌로 시민들의 발길을 이끈다. 골목 틈틈이 자리 잡은 북카페와 ‘작은책방’, ‘작은도서관’ 등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이 고전을 읽고, 문학작품들과 영화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지역의 인문 자산과 연계한 답사나 체험 활동, 인문학 콘서트와 인문 축제는 도시와 마을 구석구석을 거주민들의 현재적 삶과 지역의 고유한 문화·역사·사상·예술이 교차하는 인문적 도시 공간으로 사유하고 체험하게 한다. 다양한 인문 프로그램이 활성화하고 인문학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지면서 일상 틈틈이 인문학을 매개로 함께 배우고 공부하며 소통하는 시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인문학의 대중화, 인문학의 지역화]
인문학이 지역사회와 시민의 일상에 자리 잡기까지는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시민사회 내 인문학 단체들의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연대가 있었다. 특히, 정부 지원의 인문학 대중화 사업인 ‘인문도시지원사업’은 지역 내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도시지원사업은 일상 속 인문학을 매개로 시민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도시를 지역적 정체성을 띤 문화·역사 도시이자 인문 체험의 장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학·지역사회 간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인문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연계한 강좌와 체험, 축제 등의 인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2013년, 2014~2017년, 2020~2023년 세 차례에 걸쳐 인문도시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인문도시 광주’ 조성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앞선 두 차례 사업은 광주광역시의 역사적 출발지라 할 수 있는 광산구를 거점으로 ‘빛뫼 인문학’이란 이름으로 추진하였으며, 이후 광주광역시 전역으로 확장해 ‘빛의 짜임관계, 인문도시 광주’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이다. 민·관·학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전남대학교 철학연구교육센터와 인문학연구원, 지방자치단체인 광산구와 광주광역시, 민간 주도의 지역 인문학 단체인 학문 공동체 ‘생생공감의 무등지성’, (사)인문도시연구원 ‘시민자유대학’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였다.
1. 제1기 인문도시 사업[2013년]
제1기 인문도시 사업은 ‘마이너리티(minority)’ 정신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 마이너리티 정신은 주류적 삶의 방식과 가치를 근본적으로 되묻고 타인의 관점에서 자기 삶의 참다운 의미와 조건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이를 통해 타인과 나 사이에 놓인 직업, 신분, 학력, 계층, 성별, 인종 등의 경계선을 허물기 위한 소통과 공감을 의미한다. 총 16개 강좌로 운영된 빛뫼 인문학은 도시의 마이너리티로 규정되는 산업단지 노동자, 이주노동자, 자활 근로자, 슬럼가 거주민, 새터민과 고려인, 장애인, 미혼모 여성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원, 농촌공동체 주민, 공직자, 청소년, 일반 시민 등 도시의 이질적 공중을 대상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적이다.
2. 제2기 인문도시 사업[2014~2017년]
제2기 인문도시 사업은 ‘인문자치도시’를 사업의 주된 방향으로 설정하고, 지역의 인문 자산 발굴을 통한 지역학 구축과 지역 인문 담론의 의제 형성, 자생적 인문학 공부 모임 조직에 역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지역 인문 자산 발굴로 도시의 전통과 문화적 가치를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강좌들이 운영되었다. 아파트 작은도서관, 보건소, 시장 등 도시의 다양한 공간에서 인문학을 매개로 지역 의제를 만들기 위한 인문 광장을 조성하였으며, 일상의 문제를 인문학적 성찰로 돌아보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생적 인문학 모임들을 지원하였다. 3년의 사업 기간에 광산학, 인문학 지도자 과정, 문화예술인 강좌, 광장인문학, 마이너리티 인문학, 인문고전학교 등으로 세분화한 6개 영역에서 총 67개의 강좌가 진행되었다.
3. 제3기 인문도시 사업[2020~2023년]
제3기 인문도시 사업은 광주광역시 전역으로 확장하여 ‘빛의 짜임관계’를 주제로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이 지닌 보편성과 도시의 특수성, 그리고 일상의 개별성이 만나 새롭게 구성되는 짜임 방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문학 강좌와 체험 활동, 인문동아리 지원, 광주의 문화, 역사, 예술의 활로를 모색하는 프로젝트, 시민예술창작워크숍 등을 진행 중이다.
인문도시 사업 외에도 인문학의 대중화, 지역과 일상의 인문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대학, 평생교육기관의 노력도 돋보인다. 광주광역시는 인문 정책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2018년 ‘독서인문학진흥팀’을 만들고, 이듬해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 조례’를 제정하는 등 인문도시 조성의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와 함께 2019년부터 ‘인문도시기반조성사업’을 운영해 인문 플랫폼 구축, 인문지도 발행, 인문동아리 지원, 인문강좌·인문콘서트·인문주간 및 인문포럼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대사회의 문제를 인문학적 주제로 연구해 이를 공유하는 지역 대학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은 ‘가족커뮤니티 인문학’을 주제로,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은 ‘재난인문학’을 주제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지역인문학센터를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2019년부터 운영하는 ‘광주시민대학’은 지역 인문학 기관 및 단체들의 참여로 지역에 특화된 인문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생활 속 독서문화 및 인문 환경 조성을 위한 자치구의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자치구 평생학습센터나 도서관에서는 각 자치구의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한 생활 밀착형 인문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내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서도 ‘길 위의 인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인문학 강좌와 행사를 진행 중이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지역 도서관을 거점으로 지역 주민이 인문학을 향유함으로써 삶을 되돌아보고, 자생적 인문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독서와 토론, 탐방[체험]을 연계한 다양한 인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주 인문학의 자생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도]
인문학 대중화 및 인문도시 조성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평생교육원 등의 지원에 힘입어 광주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풍성해졌다. 인문강좌, 인문답사 및 체험, 인문주간 등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인문학이 시민의 일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으며, 도시의 지역적 정체성과 역사적·문화적 맥락성을 띤 인문학으로 특화되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 지역 인문학자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만남을 위한 지역의 자생적 인문학 기구나 단체의 부재 등이 한계로 노출되기도 하였다. 광주의 인문학 자생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척도는 인문 프로그램의 규모와 참여 시민의 수에 있는 게 아니라, 시민 주도의 인문학 관련 단체와 인문 활동 모임들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1. 인문도시연구원 시민자유대학
인문도시연구원 시민자유대학은 인문도시 사업 ‘빛뫼 인문학’ 성과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지역 인문 자산 발굴의 자생적 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설립되었다. 인문도시연구원 시민자유대학은 인문학과 시민교육 기관의 설립 주체, 교육과정의 구성과 운영의 참여 주체를 시민에 두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고 재정적 자립성을 갖기 위해 광주 시민들의 회비와 후원금, 인문 프로그램 수강료로 운영되고 있다. 인문도시연구원 시민자유대학은 광주의 자원을 토대로 지역 담론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지역성, 구성원의 합의와 협의를 거쳐 활동의 근거를 마련하는 공공성, 참여자 모두의 동등한 주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상호주체성, 시민들의 기금으로 자생하는 자립성, 이벤트와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교육과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는 지속가능성을 원칙으로 한다.
인문도시연구원 시민자유대학은 시민이 앎의 주체가 되어 학문과 예술을 연구하고 교육하며, 함께 배우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관계와 사회적 공공성을 실천하는 대안 대학이다. 도시 곳곳 시민과 인문학의 일상적 만남으로 자유롭게 상상하고 소통하면서, 학문과 예술 담론이 살아 숨 쉬는 인문도시 광주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2016년에 개교하여 2021년까지 1년 3학기제로 진행되는 정규강좌 프로그램, 인문 캠프·워크숍·예술제 및 테마 여행 등의 특별 프로그램, 지역의 인문·예술 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위탁·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규강좌 프로그램은 동서양 고전, 예술과 미학, 사회와 철학, 과학과 생명, 말글책, 도시인문학으로 구성된 6개 분야별 커리큘럼에 맞춰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동서양 고전 강독, 한국·세계문학, 페미니즘, 서양미술사, 철학 하는 삶, 사진인문학, 건축인문학, 영화인문학, 한국 근현대사, 매력 있게 말하기, 키워드로 여는 글쓰기, 아동청소년 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지역의 문화적·예술적 맥락을 고려한 2018 광주비엔날레 전시 관람과 병행한 강좌 ‘상상된 경계들, 경계 너머 상상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마련된 ‘미래기술과 시민의 삶’,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과 ‘no japan’ 운동을 다루는 ‘know japan’, 코로나-19 이후를 전망하는 ‘know corona-19’, 광주를 구성하는 역사문화 담론을 새롭게 쓰기 위한 ‘know 광주’ 등 지역적 특성과 시의성에 초점을 맞춘 강좌가 돋보인다. 특별 프로그램은 인문캠프, 인문체험과 답사, 시민예술창작워크숍 및 미술제, 인문 테마 여행, 시민문화예술제 등으로 구성된다. 사회학·수학·페미니즘 주제로 열린 집중 강연인 인문캠프, 지역 작가와 시민의 협업 창작 워크숍 ‘나람미술캠프’, ‘큰인형만들기’, ‘빛의도시워크숍’과 시민자유대학 미술제, 문화예술제 ‘시민의 밤’ 등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광산구, 광주광역시, 광주시교육청, 광주교육연수원,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등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인문학 기관과 협력해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 인문학 관련 기관 및 단체 현황
현재 광주광역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인문학 관련 기관과 단체는 200여 개로 파악된다. 시와 자치구 산하 평생학습 기관과 문화예술 기관, 지역 대학 내 연구소, 도서관과 박물관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인문학의 대중화, 일상의 인문화를 실천하는 지역의 자생적 인문학 단체들이 있다. 1996년 개원 이래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25년째 ‘시민철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카페 필로소피아’가 있고, 화요인문강좌, 무등산 세미나 등 지역 문화와 역사를 매개로 특색 있는 인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역 내 활동하는 연구소와 공부 모임을 배출하고 있는 ‘무등공부방’이 있다. 동서양 고전, 동학운동사, 베트남 사상사 등 다양한 주제와 영역에서 심도 있는 강좌와 세미나를 진행 중인 ‘인문학교육연구소’가 있으며, 인문학 카페 ‘노블(Novel)’을 거점으로 지역 현안과 시의성 있는 주제로 인문학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인문학 강좌와 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협동조합 ‘광주시민인문학’이 있다. 고전공부모임·의병강연회 등 깊이 있는 인문학 연구와 의향 광주의 정신 계승을 위한 연구와 교육으로 광주의 사상적 뿌리에 천착하고 있는 ‘인문연구원 동고송’이 있고, 동네 책방 ‘심가네박씨’를 거점으로 대화와 토론 중심의 인문학 강좌, 시민 교양 프로그램을 이끌어오고 있는 ‘인문지행’ 등을 예로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