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에서 전해 내려오는 청혼을 거절하고 패가한 이야기.

[개설]

「청혼을 거절하고 패가한 상진」은 정승집 자제와 결혼하기를 청하는 촌부의 딸이 청혼을 거절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결국 정승집이 패가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채록/수집 상황]

민병달·이원표 등이 조사하여 1998년 천안 문화원에서 발간한 『천안의 민담과 설화』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상진(尙震)은 조선조에 정승을 지낸 덕망이 높고 청렴한 사람이었다. 상진에게는 외모가 준수하여 주변에서 다들 사윗감으로 욕심내는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상진이 하루는 고향집 사랑채 마루에 앉아 더위를 쫓고 있는데 한 촌부가 찾아왔다. 촌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문을 쉽게 열지 못했다. 상진은 답답하여 무슨 사연인지 말하면 자신이 해결하여 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촌부가 어렵게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촌부에게는 총명하고 기이한 능력을 가진 딸이 한 명 있었다. 그 딸이 혼기가 차서 혼담이 여기저기서 들어왔는데, 딸이 번번이 혼담을 물리치며 자신은 시집가야 할 곳이 따로 있다고 말하였다. 촌부가 그 혼처가 어디냐고 물으니 바로 상진의 집이라고 하였다. 평민 신분으로 정승댁과 혼약을 맺으려 한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앞선 촌부는 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급기야 딸이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누웠다. 촌부는 차마 자식이 죽는 것을 볼 수 없어 상진에게 청혼을 넣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상진은 크게 화를 내면서 “너의 부녀가 참담하기 그지없구나. 썩 물러가거라.” 하며 호통을 쳐서 내쫓았다. 집으로 돌아온 촌부는 딸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다른 곳으로 출가할 것을 권하였다. 그러나 딸은 막무가내였다. 반드시 자신은 정승댁으로 출가하여야 한다고 고집하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정승댁도 집안이 패가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딸은 촌부에게 다시 한 번 정승댁에 가서 청을 넣어 보라고 하였다. 딸의 비범한 능력을 알고 있던 촌부는 용기를 내어 다시 상진을 찾아가 청혼을 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상진은 “네 딸이 무엇을 안다고 그리 요망한 소리를 하느냐?” 하며 하인을 시켜 촌부를 동구 밖으로 끌어내었다. 갖은 수모를 겪고 돌아온 촌부는 딸에게 마음을 고쳐먹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딸이 직접 상진을 찾아갔다. 촌부의 딸은 상진에게 자신은 비록 미천한 신분이지만 세상을 짐작하는 지인지감(知人之鑑)의 능력이 있다며 자신을 며느리로 받아 주면 집안이 번창하고 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상진이 노기를 띠며 “네 아비에게 그렇게 일렀건만 어찌 이리 고집이 세단 말이냐? 더구나 처자의 몸으로 스스로 청혼을 하다니 망측하기 이를 데 없구나.” 하면서 다시 처녀를 내쳤다.

결국 청혼을 거절당한 처녀는 정승댁 댓돌에 머리를 부딪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상진의 집안은 차차 가세가 기울고 자손도 끊어져 상진이 죽은 뒤에 집안이 몰락하고 말았다.

[모티프 분석]

「청혼을 거절하고 패가한 상진」은 청혼담[결혼담]이면서 예언담이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처녀의 청혼을 거절하여 패가한 이야기는 여러 민담에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