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90013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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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Naeji-ri Danjapgi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놀이/놀이 |
지역 |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종익 |
[정의]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에서 피부병을 물리치기 위해 행하는 주술적인 민속놀이.
[개설]
단잡기란 ‘단(丹)’이라는 질병에 걸린 환자를 민간에서 주술적인 방법으로 치유하는 민간요법이다.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 내지리에서 전승되어 오는 내지리단잡기(內地里 丹잡기)는 이러한 단잡기 풍속을 민속놀이화한 것으로, 사람이 많이 참가할수록 효과가 있다 하여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집단적인 놀이이다.
[연원]
언제부터 내지리단잡기가 유래하였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단이라는 질병이 고려 후기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단독(丹毒)으로 소개되어 있고 조선 후기의 『동의보감(東醫寶鑑)』 등 다양한 문헌에 비슷한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단이라는 질병명이 인식된 것은 아주 오래된 일로 볼 수 있다.
단은 두드러기의 일종으로, 고열과 통증을 동반하면서 피부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이다. 오늘날 단과 유사한 질환으로 대상포진이 있다. 단이 발병하면 피부에 반점이 형성되거나 수포가 일어나 가려워서 결국 긁게 되고, 그러면 상처 부위가 번져 다시 고생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 가려움에 시달리는 사람, 통증에 고통받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또 발부터 머리까지 단의 발생 부위 또한 천차만별이다. 내지리에서는 증상에 따라 열두 종류의 단이 있는 것으로 회자된다.
[놀이 도구 및 장소]
내지리단잡기는 단 귀신에게 먹일 오곡(五穀)과 단기(丹旗)를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되며, 단 환자가 발생한 집의 부엌에서 주로 행하여진다.
[놀이 방법]
내지리단잡기는 단을 질병 귀신으로 가정하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단은 형태에 따라 청단, 태단, 황단, 홍단, 팥단, 풍단, 띠단, 녹두단, 토단, 메밀단, 백단, 두목 광솔단 등 12단으로 나뉘는데, 맨 처음 청단을 잡고 마지막에는 우두머리인 두목 광솔단을 잡는다. 광솔단은 단 가운데 우두머리여서 이름 앞에 두목이 붙었다. 만일 환자가 단에 들었으면 그 가족은 바로 당상관에게 가서 고한다. 내지리에서는 단을 잡는 사람을 당상관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당상관은 조선 시대 관리 중 문신은 정3품 통정대부(通政大夫), 무신은 정3품 절충장군(折衝將軍) 이상의 품계를 가진 사람이다. 즉 조선 시대 최고의 고위직이자 권력을 가진 인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단 환자가 발생하면 단잡기 인원을 모으고 단잡기에 사용할 오곡(五穀)을 걸립하며 단기(丹旗)를 준비한다. 단기는 12단을 적어 두는 깃발인데, 가로세로 30㎝ 정도의 흰 종이를 삼각형 형태로 잘라 조릿대에 꽂아서 만든다. 오곡과 단기를 마련하면 본격적으로 단잡기를 진행한다. 당상관이 사령을 불러 각각의 단을 잡아 오라 명하고 단을 위협하고 호통하는 방식으로 12종의 단을 한곳에 모아 둔다. 이어서 각각의 단 귀신들에게 오곡밥을 먹인다. “오곡밥을 먹인다”라는 행위는 단기 깃대의 깃발 한가운데에 오곡밥을 넣고 깃발로 감싼 뒤 왼새끼로 묶는 것이다. 이처럼 왼새끼로 묶는 것은 단 귀신을 포박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어서 포박한 단기를 깃발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하여 오줌통에 넣는다. 12종의 단기를 하나씩 불러내어 단밥을 먹이고 포박한 뒤 오줌통에 넣게 되면 부엌에서의 단잡기가 끝난 것이다.
이처럼 내지리단잡기는 마을 사람들이 단 귀신을 포획하여 매질하고 한편으로 위로하여 음식을 먹이는 식으로 진행되며, 항아리에 넣고 가둔 후 땅에 매장함로써 단잡기가 끝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한바탕 풍물놀이를 벌이고 오곡밥을 나누어 먹으며 뒤풀이를 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내지리 마을에는 단 환자가 발생하면 동티가 난 것과 구분하고자 질병 부위에 미꾸라지를 붙이거나 계란 흰자위를 풀어 발라 단의 유무를 진단한다. 이러한 방법은 단이 다른 피부병과 달리 고열을 동반하므로 단의 진단에 효과적이다.
[현황]
내지리단잡기는 1995년 충청남도 공주시에서 열린 제36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충청남도 대표로 참가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전문가의 조사와 의견을 거쳐 연출 과정에서 다소 윤색된 놀이 부분을 빼고 2000년 1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었다.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보호법시행령」 고시에 따라 지정 번호가 삭제되어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변경되었다. 2024년 5월 17일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따라 충청남도 무형유산으로 바뀌었다.